마지막 밤, 어쩌면.

일정의 마지막 밤. 이와테현 하나마키 온천호텔.

새벽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옆에서 자는 일행 때문에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들었다. 오지은의 노래를 듣다 창문 앞에 섰다. 멀리 반달이, 구름 너머에서 빛나고 있었다. 눈을 깜빡이는 순간, 반달이 동그랗게 보였다. 잠깐 한숨을 내쉬었다.

푸른 새벽이 빛나고, 달은 졌다. 눈이 쏟아졌다. 바람이 부는 길을 달렸다. 반달을 보고 한숨지었던 밤이,

꿈처럼 멀게 느껴졌다.

금요일밤.

금요일인 것도 모르고 있었다. 날짜가 바뀌었으니 이제 토요일.

오늘은 일정이 조금 일찍 끝났다. 저녁식사를 든든히 하고 방에 들어왔다. 옷도 갈아입지 않고 침대 앞 테이블에 앉았다. 등만 돌리면 침대다. 창밖엔 이자카야의 불빛이 반짝거린다. 그렇지만 게으른 자에게 금요일의 여유 따윈 없다. 여행가방에 들어있는 싱글몰트를 꺼내고 싶은 마음을 겨우 참는다.

아키타의 밤이, 이렇게 지나간다.

설국에서 보내는 편지

비행기가, 조금 흔들렸습니다. 한 시간 반이 넘는 시간을 날아오는 동안 뜨거운 핫도그를 하나 먹었고 커피를 한 잔 마셨습니다. 흰 종이컵에 들어있던 커피는 어찌나 맛이 없던지, 그걸 기억하기 위해 사진을 하나 찍었습니다. 아마 모르는 사람들은 그림같은 풍경이라고 하겠지요.

삼 주만에 아키타에 다시 왔습니다. 센다이 공항에 내려서 네 시간이 넘도록 버스를 탔습니다. 아키타에는 아직 눈이 남아있을 거라는 기대를 했지만, 가는 길은 겨울이 지나고 있었습니다.이번에도 현의 경계를 넘는 순간, 풍경이 달라졌습니다. 드문드문 녹은 흔적은 있지만 여전히 사방은 눈으로 덮여있더군요. 버스 창문에 매달리듯 붙어서 길 옆으로 지나가는 풍경을 봅니다.

철탑들, 나도 모르게 사진기를 꺼내들고 셔터를 눌렀습니다. 버스는 미야기현을 지나고, 이와테현을 지나 아키타현에 들어섰습니다. 눈이 내리지는 않았지만 철탑들은 눈밭에 그렇게 서있었습니다. 왜인지 그 풍경을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지난번 아키타에서 봤던, 눈 쌓인 벌판에 서있던 철탑을.

해가 질 무렵, 숙소에 들어섰습니다. 지긋한 어르신들이 운영하는 민박집, 난로가 있는 거실에 저녁상이 차려졌습니다. 집에서도 먹어보지 못한, 정성이 가득한 밥상과 마주했습니다. 아키타의 첫날밤은 고요히 흘렀습니다.

문득, 편지를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니, 당신을 생각했다는 게 솔직한 말이겠지요. 기리탄포나베를 덜어내며, 이부리가코를 씹으며 당신을 생각했다면 거짓말일까요. 북국의 밤, 어쩌자고 나는 흰쌀밥을 씹으면서 편지를 써야겠다는 생각을 떠올렸을까요. 그리고 그 편지를 당신에게 보내야겠다는 생각을 했을까요.

다시 날이 밝고, 긴 하루가 지났습니다. 하루종일 낯선 거리를 걸으면서, 콩을 으깨 미소를 만들면서, 술도가에서 누룩을 씹으면서, 말이 통하지 않는 식사자리에 앉아서도 나는 그저 편지를 써야겠다는 생각만 했습니다. 아키타에서 지낸 하루를, 누군가를 생각하며 보낸 시간을 당신에게 전하고 싶다고 말입니다.

그러니, 당신. 갑작스레 날아든 편지를, 아직 겨울을 앓고 있는 설국의 날들을, 눈 쌓인 벌판에 홀로 서있는 철탑을 부디 읽어주길.

안녕? 안녕!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