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쓰는 일기

길지 않은 하루가 있었을까, 잠깐 생각해본다.

여행지에서의 하루, 사람들을 만나 떠든 하루, 급하게 해야 할 일에 매달린 하루…… 그래, 길지 않은 하루도 많았구나. 그렇지만 그 날들도 지나고 나면, 집에 돌아갈 시간이 되면 ‘긴 하루’가 되지 않았던가.

무언가 잘못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정을 알리는 라디오 소리를 들을 때였다. 일을 한다고는 하지만 늘 시간에 쫓기고, 때론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부담스러웠다. 내 능력으로 할 수 없는 일들을 하겠다고 달려든 건 아닌지 불안했고, 어떻게든 이번만 잘 마무리하자는 생각을 했다. 상반기에 잡혀있던 출장은 전부 취소됐고, 같이 일하기로 했던 사람들에겐 공수표를 날린 사람이 되어버린 기분이다. 아니, 결과적으로 보자면 공수표를 날린 셈이 됐다.

하루 일하고 하루 사는 인생이 되어버렸다.

자존감이라는 게 있었다면, 그나마 있던 자존감마저 바닥에 내동댕이쳐진 그런 기분이다. 모든 것이 부끄럽다.

오늘은, 집으로 가는 길이 꽤나 먼 길이 되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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