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일 분.

하루를 일 분의 영상으로 남기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기억하고 싶은 순간과 마주치지만 그 순간을 영상으로 남겨놓는 건 별개의 문제다. 정확히 그 순간에 카메라를 지니고 있어야 하고, 내게는 소중한 찰라지만 막상 영상으로 기록했을 때는 별볼일 없는 밋밋한 무언가에 지나지 않기도 한다.

늦잠을 자는 바람에 허둥지둥 일어나 친구와 만나서 점심으로 해장국 한 그릇을 비웠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경찰이 된 동창들 이야기를 나누고, 하는 일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어쩌면 그저 빈말일지도 모르지만 잘 하자고, 기운 내자고 서로에게 응원을 하고 헤어졌다. 직장에 있는 다른 친구를 잠깐 만났고, 이제 막 입주청소가 끝난 집을 촬영했다.

한 시간쯤, 촬영을 마치고 반지를 빼서 카메라 가방 위에 놔두고 손을 씻었다. 마침 카톡이 울려대는 바람에 정신없이 문자를 주고 받다가 무의식적으로 카메라가방을 등에 메는 순간, ‘짤랑’하는 쇳소리가 들렸다. 아뿔싸! 반지가 아직 시공이 끝나지 않은 싱크대 옆 틈새로 떨어지는 소리였다. 순간 눈앞이 캄캄해졌다. 휴대폰 조명을 이리저리 비춰봤지만 보이지가 않았다. 그 짧은 몇 초 동안 별의별 생각을 다 했다. 공구를 가져다 싱크대를 분해할까 하는 생각까지 했으니……

결론적으로, 반지는 무사히 찾았다. 빈집을 나서고 한참동안 놀란 가슴이 진정되지 않았다. 원래 반지도 안 끼고, 시계도 안 차는 성격인데 의미가 있는 반지라 집을 나설 때는 습관처럼 끼고 다닌다. 앞으로 더 조심해야지.

엄마 병실엔 제수씨와 조카들이 와 있었다. 녀석들을 데리고 편의점에 가서 군것질거리를 하나씩 사주고, 퇴근하고 온 동생과 함께 저녁을 먹었다. 동생네 식구들이 돌아가고 한참을 엄마 침대 옆에 앉아있다가 나도 집으로 돌아왔다. 간단한 수술을 끝낸 엄마는 괜찮아 보여 마음이 놓였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도서관에 들러 다 읽은 책을 반납하고 몇 권의 책을 빌렸다. 작심삼일보다는 좀 길게, 책을 읽고는 있구나.

별다른 일 없이 하루가 지났다. 아니, 매일매일이 다르다. 일 분쯤, 기록을 남기지 않아도 하루는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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