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전

from BOX/映畵 2005/06/07 18:03

극장전 劇場前 (2005)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고 난 후, 극장 밖으로 나온 관객들은 잠깐이나마 자신이 영화 속 주인공이 된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합니다. 보고 나온 영화가 달콤한 사랑에 관한 이야기였다면 자신도 주인공처럼 멋진 사람과 연애를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우울한 이야기를 보고 나왔다면 한 잔의 술을 생각하기도 합니다. 영화는 현실의 반영이라고 하던가요, 관객들이 겪어보지 못한 ‘일상’을 보여주는 게 영화가 가진 매력이기도 합니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그런 ‘일상’에 관한 이야기들입니다. 지루하고 보잘것없고, 때론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마치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보는 것 같습니다. 홍상수 감독의 여섯 번째 영화 <극장전>역시 비슷한 이야기입니다. 이제 막 수능시험을 치른 열아홉 살의 상원은 종로거리에서 우연히 영실을 만납니다. 상원의 친구의 여자친구였던 영실은 상원의 첫사랑이기도 합니다. 그녀를 좋아하고, 그녀 역시 자신을 좋아한다는 걸 알았지만 친구의 여자친구라는 사실 때문에 만나지 않고 있다 몇 년 만에 우연히 만난 그녀. 상원과 영실은 함께 술을 마시고 여관에서 같이 자게 됩니다. 상원과 영실의 위태위태한 하루가 지나고 나면 극장의 문이 열리고 현실세계가 펼쳐집니다. 선배감독이 만든 영화 ‘극장전’을 보고 나온 동수 앞으로 영실을 연기한 여배우 최영실이 지나가고, ‘극장전’을 감독한 선배가 죽어간다는 소식과 함께 병원비 모금을 위한 동창회 모임이 있다는 연락을 받습니다. 모임에 나갈지 말지 결정하지 못한 동수는 영화에 등장했던 곳을 찾아 나서고 그 곳에서 배우 영실과 마주칩니다. 의외로 친절한 영실이 저녁 모임에 나온다는 말을 듣고 동수 역시 동창회 모임에 참석합니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불편해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보잘 것 없는 일상을 너무나 세세하게 그려내는 그의 영화를 보고 있으면 지루하고 때론 불쾌하기까지 한 게 사실입니다. <생활의 발견>으로 관객들과 친숙해졌다 싶었던 그는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로 다시금 어려운 감독, 혹은 도무지 알 수 없는 감독이 되어버렸습니다. 물론 그의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관객들은 재미없는 영화, 혹은 지루한 영화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극장전>은 꽤 유쾌한 작품입니다. 보는 내내 킥킥거리고 어느 장면에서 손뼉을 치며 웃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극장전’을 보고 나온 동수는 영화 속 상원의 이야기가 자신의 이야기라고 믿고, 영화 <극장전>을 본 관객들은 동수의 모습에서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어딘지 어수룩하지만 그렇다고 대놓고 미워할 수는 없는 캐릭터, 게다가 극장 앞에서 우연히 만난 여배우와 하루를 보내는 행운까지, 어쩌면 관객들의 모습이 아니라 관객들이 꿈꾸는 모습일지도 모릅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관객들은 의외의 반전(?)까지 보게 됩니다. 그리고 그동안 나레이션이 없던 동수의 짧은 나레이션과 함께 영화는 끝이 납니다. 자막이 올라가면서 웅성거리는 관객들에게 아마 감독은 이런 말을 하지 않았을까요?

'자긴 이제 재미 다 봤죠? 그럼 이제 그만 뚝! 집에 가서 쉬세요.'

사실,

2005/06/07 18:03 2005/06/07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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