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요즘은, 이렇게 잘 꾸며진 깔끔한 새 집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때론 아무도 없는 빈집이기도 하고, 가끔은 시공중인 인부들과 가전제품 설치기사, 도끼눈을 한 집주인의 따가운 시선을 받기도 합니다.
최종적인 결과물은 메이크업을 받고 나온 사람처럼 깔끔한 사진이지만 현장상황은 늘, 전쟁터 같습니다. 촬영을 마치고 돌아와 지루하고 고단한 작업을 해야하는 까닭이죠.
‘가끔 후보정을 하는 건 사진 실력이 없는 거다’라거나 ‘사진은 무보정이 진짜지’하는 말들을 듣습니다. 더 나아가 ‘진짜 사진은 필름카메라로 찍는 거지’와 비슷한 얘기도 듣습니다. 그럴 때면 이 사진을 떠올립니다.
필름사진 시절에도 후보정을 했고, 필요하다면 하는 게 당연한 일이었던 거죠. 디지털 사진을 관리, 보정하는 소프트웨어의 이름이 ‘Lightroom’인 것도 필름 시절 암실(Darkroom)에서 하던 작업을 이제 환한 모니터를 보면서 할 수 있어서 라이트룸이 된 거라죠. 이젠 관용표현가 되어버린 ‘포샵(질)’의 그 Photoshop 메뉴 이름들 역시 암실시절 하던 작업의 이름을 그대로 가져온 것도 같은 맥락이죠. 실제로 필름 시절엔 돋보기로 원본필름을 보면서 필름 자체에 닷징, 버닝 등의 작업을 했었구요.
그러고보면 사진이라는 분야는 좀 특별한 것 같습니다. 취미의 한 분야로 볼 때 ‘사진’처럼 결과물과 더불어 도구에 관심이 많은 분야도 없는 것 같습니다. 물론 회화의 경우에도 도구나 방식을 따지기는 하지만 사진은 특히나 장비나 기법을 따지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장비’라는 분야가 그 자체로 매력적이기 때문이겠죠. 새로운 장비로 새로운 기술을 체험하는 것, 장비의 발전으로 한계를 뛰어넘는 것이 맘에 드는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만큼 흥미롭고 만족감을 주기 때문일 겁니다.
그래서 저는 ‘사진은 사람이 찍는다’와 ‘사진은 사진기가 찍는다’라는 말 모두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 사람만이 찍을 수 있는 사진이 있고, 그 사진기로만 찍을 수 있는 사진이 있으니까요. 그래서 ‘좋은 목수는 연장을 가리지 않는다’라는 말은 맞는 말이면서 한편으로 틀린 말이기도 합니다. 그 연장이 있어야지만 찍을 수 있는 상황이 있고, 그 사람만이 만들어내는 결과물이 있으니까요.
아무튼, 이런 얘기를 하려던 건 아니고…… (기회가 되면 좀 자세히 얘기를 해봐야겠습니다.)
촬영하고 돌아오면 일이 끝나는 게 아니라 본격적인 작업이 시작되는 게 일과인데, 이런 컷들은 재미삼아(?) 남겨두는 편입니다.
한 사람 겨우 들어가는 화장실에서 어떻게든 카메라를 우겨 넣어서 촬영하고 지워내는 단순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또 한 군데 ‘오늘의 일터’가 지나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