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전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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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두 세번씩 해외 출장을 다니던 시절이었다. 졸린 눈으로 공항에 가서 비행기를 탔다. 내 이름이 적힌 팻말을 들고 있는 사람을 따라 버스나 자가용을 타고 어딘가에 내려 촬영을 하고 숙소에 묵었다. 가끔 맥주를 마시기도 했고, 잠잘 시간을 쪼개 낯선 골목을 걸었다.

시간을 내서 영화를 찾아서 보고, 출장 가방에 한두권의 책을 넣어가지고 다니며 읽던 시절이었다. 코엔 형제의 영화 “오 형제여 어디에 있는가”를 몇 번인가 다시 봤다. 국내에 발매되지 않은 OST CD를 구하려고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결국 구하지 못했다. 어렵게 미국에 직접 주문해서 받은 CD를 듣고 또 들었다. 지금처럼 직구가 쉽던 시절이 아니었다.

몇 년이 지났고 캐나다 출장길, 마지막 밤 호텔에서 우연히 그 음악을 다시 만났다. 그것도 실황공연으로. 귀국하자마자 아마존에 CD를 주문했고 한동안 다시 그 노래를 듣고 또 들었다.

의도적으로 페이스북을 안 하고 있지만 하루에 한 번은 ‘과거의 오늘’을 찾아본다. 그 시절의 나는 늘 어딘가 낯선 곳에 있었다. 오늘 찾아본 그 날의 나는 캐나다에서 마지막 밤을 보내고 있었다. 호텔의 침대에 누워 ‘Down to the river to pray’를 들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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