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글쎄 옛날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인터넷 보급이 시작됐을 무렵이니까 꽤 오래 전 이야기다. 개인 홈페이지라는 개념조차 없었던 시절이었다. 메일링 리스트 서비스라는 기술이 알려지기 시작했고, 여기저기서 메일링 리스트가 운영됐다. 그나마도 아는 사람들이나 아는 수준이었다. 웹사이트보다는 뉴스그룹 서비스가 더 유용했던 시절이었다.
뉴스그룹에 글을 올리는 사람들도 정해져있다시피 했었고, 그런 몇몇 사람들을 중심으로 친목도모 메일링 리스트가 만들어졌다. 그 당시 메일링 리스트는 뭔가 특별한 주제가 있는 게 대부분이었다. 그러던 중에 단지 친목을 위한 메일링 리스트라니. 전산 전공자나 IT, 공대 계열의 사람들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몇몇은 아는 사람들이었고, 몇몇은 나처럼 그저 친목도로라는 목적에 끌려 가입을 한 사람들이었다.
요즘도 비슷한 서비스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 당시의 메일링 리스트는 정해진 주소로 메일을 보내면 가입되어 있는 멤버들에게 같은 메일이 전부 발송되는 시스템이었다. 아마 요즘은 그런 서비스라면 스팸메일 때문에 마비가 되겠지만, 그당시에는 스팸메일이란 것도 없을 때였다.
그냥 일상의 이야기들, 오늘은 날씨가 어떻다는둥, 요즘은 기분이 어떻다는둥 하는 이야기들이 메일을 통해 오고갔다. 나도 몇 번인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적어보내곤 했었다. 그러다가 누군가가 만화의 한 장을 스캔해서 보냈다. 무슨 만화였는지 제목은 이제 기억나지 않지만 그 내용은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자기가 정말로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 것이 잘하는 일인지 모르겠다는 내용. 며칠이고 그 장면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다. 정말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 것이 잘하는 일일까? 아니면 좋아하는 일은 그냥 좋아하는 일로 남겨두는 것이 잘하는 일일까?
그 후로도 가끔 그 장면이 생각난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그 내용이 머리에서 떠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오늘 아침, 늦은 아침으로 마파두부밥을 해먹기로 하고 예전에 배웠던 레시피들을 뒤지다 모서리에 적어둔 글귀를 발견했다. 요리를 배울 때 요리선생님이 해주신 말씀이었다. 잘하는 일보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한다고, 잘하는 일을 하다보면 그 일을 나보다 잘하는 사람이 반드시 있기 마련이고 그런 사람을 만나게 되면 스트레스를 받을 거라고,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 그 일로 최고가 되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즐기면서 할 수 있을 거라고.
아직도 잘 모르겠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 것이 잘하는 일인지, 내가 잘하는 일을 하는 것이 나은 것인지,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나은 것인지.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이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인지.
어쩌자고 나이를 먹을 수록 점점 더 바보가 되어 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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