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처럼 토요일에 촬영이 일찍 끝났다.
날씨가 어찌나 좋던지, 집에 오자마자 자전거를 끌고 나섰다.
그동안은 한강의 남쪽을 따라 달렸는데, 오늘은 북쪽을 따라 달렸다.
한 시간쯤 달렸을까, 반포대교를 건넜고 맥주를 한 캔 사서 강변에 서서 마셨다.
바람이 불었고, 봄이 코끝을 간질였다.
한강 풍경 하나.
성산대교를 조금 지났을 때였다. 물이 찰랑거리는 둑에 앉은 여자가 긴 머리를 휘날리며 우아하게 앉아서 악기를 연주하고 있었다. 무슨 악기를 저렇게 우아하게 연주할까 하는 생각에 유심히 봤더니, 그 여자가 들고 있는 악기는 리코오더, 그러니까 피리였다. 그리고 옆에 놓인 가방에는 멜로디언이 들어 있었다.
한강 풍경 둘.
양화대교를 지날 즈음이었다. 가족인 듯 보이는 세 사람이 쉬다가 다시 자전거를 타려고 하는 중이었다. 꼬마아이는 신이 나서 자전거에 올라탔고, 아이의 엄마는 남편을 향해 짜증을 내고 있었다. '자전거를 또 타야한단 말이야?' 아마 자전거가 익숙하지 않았나보다. 남편은 무뚝뚝하게 '조금만 더 타면 돼'라고 했던가?
한강 풍경 셋.
한강대교를 지났을 때였다. 강엔 고래밥 모양을 한 오리배가 떠다니고 있었다. 그중 하나가 한쪽으로 심하게 기울어져 있었다. 왜그럴까 하면서 쳐다봤더니, 오리배 안에 탄 남녀가 정신없이 키스를 하고 있었다. 그 둘은 키스에 열중한 나머지 오리배의 방향이 강가를 향해서 돌고 있는 걸 몰랐고,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그 광경을 모두 보고 있었다.
한강 풍경 넷.
돌아오는 길, 월드컵경기장 근처에 있는 편의점 앞에 앉아서 친구와 통화를 할 때 편의점에서 큰소리가 들렸다. 아이는 엄마의 점퍼를 입었고, 여자는 남편의 양복 상의를 입고 있었다. 아이가 먹을 무언가를 전자레인지에 돌리는 중이었는데 남편은 계속해서 큰소리로 여자를 윽박지르고 있었다. '그걸 그렇게 하면 어떻게 해.', '삼십초만 돌리랬지.', '똑바로 해.' 어찌나 그러는지 편의점 직원이 나와서 괜찮다고 그냥 돌리면 된다고 할 정도였다. 그 와중에도 남자는 계속 소리를 질러댔고, 여자는 아무런 대꾸도 없었다. 한동안 앉아있다 출발하려고 일어서면서 봤더니 두 사람은 집안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남자는 여전히 무뚝뚝했지만 여자는 남자에게 다정한 목소리로 말하고 있었다. 그 두 사람이 싸우지 않는 게 신기했다.
그냥, 그랬다는 이야기. 음악도 듣지 않고 자전거를 타다보면 그냥 지나쳤을 풍경을 보게 된다는 이야기. 날씨 좋은 날에 무조건 앞만 보고 달리면 너무 재미없다는 이야기. 뭐, 그런 거다.
한강을 달려서, 맥주를 한 캔 마시고, 동생을 만나서 저녁을 먹고, 다시 돌아오는 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