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더위에도 바람은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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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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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레밥 2010/07/18
- 오랜만에... 2010/07/10
- 여름 2010/07/08
- 일반열차 마지막 승객 2010/07/07
- 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 2010/07/05
이건 냄새에 관한 이야기다.
돌아가신 할머니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풍경 하나.
뜨거운 여름날이면 부모님은 늘 바깥일을 하느라 바쁘셨다. 오전에 입고 나간 옷은 30분도 되지 않아 땀으로 흥건하게 젖기 마련이고, 점심을 드시고 나서 갈아입은 옷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매일매일 세탁기를 돌려야 했고, 우리 집 현관 앞엔 비가 오는 날에도 빨래 건조대가 가득 차 있었다.
해가 저물 무렵, 할머니는 빨래를 걷으셨다. 그리곤 그림자가 길게 늘어지는 마루에 앉아서 하나하나 정성스레 접으셨다. 내일이면 다시 입고 나가야 할 작업복이며, 낡은 수건, 그리고 우리 남매들이 입을 옷가지들.
그래서 어쩌다 해가 떨어질 때까지 빨래를 걷지 못한 날을 제외하곤 우리 집 빨래에선 잘 익은 햇볕냄새가 났다. 뽀송뽀송하다 못해 바삭거리는 수건에 얼굴을 문지를 때면 오후의 햇살과 할머니의 냄새가 났다.
장마철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낡은 세탁기는 매일매일 돌아갔고, 비가 오는 날이면 마루에 빨래 건조대가 펼쳐졌다. 지루한 장마가 계속되면 빨래에서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젖은 옷을 말리지 않고 두면 나는 그 냄새. 그러면 엄마는 빨래를 다시 돌렸다.
고등학교 시절, 집을 떠나 기숙사에 있을 때였다. 그 시절 빨래는 생존이었다. 땀에 찌든 옷을 세숫대야에 담고 세제를 풀어서 하루나 이틀, 혹은 며칠씩 묵혔다. 그리고 물에 헹궈서 방에서 말리면 그만. 옷에선 늘 냄새가 났고, 여름이면 곰팡이가 피기도 했었다. 이층 침대 여섯 개가 있는 방에 같이 살던 시커먼 녀석들 옷에서는 늘 냄새가 났고 누구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 시절, 진심으로 궁금했다. 어떻게 여자들의 옷에선 늘 향긋한 냄새가 나는 걸까? 내가 아무리 정성을 들여 빨고 햇볕에 말려도 내 옷에선 젖은 옷에서 나는 냄새가 났다.
결혼을 했고, 일주일에 한 번씩 최신식 세탁기를 돌렸다. 빨래에서는 향긋한 냄새가 났다. 빨래는 내 담당이 아니었으니까. 정말 신기한 일이었다. 어떻게 똑같은 옷을 똑같은 세제로 똑같은 세탁기에 돌렸는데 내가 하는 것과 아내가 하는 게 다른걸까? 그래서라고 하면 변명 같지만 나는 결혼생활을 하면서 빨래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 햇볕에 잘 마른 빨래를 갤 때나 도와주곤 했었다. 그렇지만, 그 빨래에서 예전에 맡았던 할머니의 손 냄새와 햇볕 냄새는 나지 않았다. 바삭거리지도 않았다.
작년 이맘때, 결혼한 친구 집에서 하루 묵은 적이 있었다. 친구의 아내가 집을 비웠고 나와 다른 친구, 그리고 집주인은 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안주인이 없는 집에서 잠을 잤다. 다음 날 아침, 술이 덜 깬 몸으로 샤워를 하고 수건을 집어들었을 때, 나는 잠깐 멈칫했다. 당연히 향기로운 냄새가 날 거라는 생각과 달리 수건에선 젖은 옷에서 나는 그 냄새가 났다. 친구 부부는 아이가 하나 있었고, 둘째를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그 무렵엔 심하게 다퉜다고 했던가. 수건으로 몸을 닦으면서 나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너희도 별거 없구나, 애 키우고 아옹다옹하며 사는 것도 별로 다르지 않구나 하는 생각에. 아내와 싸웠다고 밤새 울분을 토하는 친구를 보면서 배부른 소리 하고 있다고 했었는데, 수건에서 나는 냄새를 맡고 '결국 사는 건 다 똑같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작년 여름부터 내가 세탁기를 돌린다. 그리고 우리 집 수건에선 냄새가 난다. 새로 빨아서 입고 나선 옷에서도 그 냄새가 난다. 아무리 섬유유연제를 쏟아부어도 그 냄새는 사라지지 않는다. 지난주 비가 내리던 날, 나는 그 냄새가 나는 옷을 입고 당신을 만났다. 당신은 인상을 쓰며 빨래를 제대로 하라고 했다. 글쎄, 나라고 그러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니다. 늦은 밤 집에 들어가 샤워를 하고 수건으로 얼굴을 문지르면서 생각한다. 향기로운 냄새가 나는 수건으로 몸을 말리던 날들을.
그러니까 이건, 당신에 관한 이야기다.
돌아가신 할머니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풍경 하나.
뜨거운 여름날이면 부모님은 늘 바깥일을 하느라 바쁘셨다. 오전에 입고 나간 옷은 30분도 되지 않아 땀으로 흥건하게 젖기 마련이고, 점심을 드시고 나서 갈아입은 옷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매일매일 세탁기를 돌려야 했고, 우리 집 현관 앞엔 비가 오는 날에도 빨래 건조대가 가득 차 있었다.
해가 저물 무렵, 할머니는 빨래를 걷으셨다. 그리곤 그림자가 길게 늘어지는 마루에 앉아서 하나하나 정성스레 접으셨다. 내일이면 다시 입고 나가야 할 작업복이며, 낡은 수건, 그리고 우리 남매들이 입을 옷가지들.
그래서 어쩌다 해가 떨어질 때까지 빨래를 걷지 못한 날을 제외하곤 우리 집 빨래에선 잘 익은 햇볕냄새가 났다. 뽀송뽀송하다 못해 바삭거리는 수건에 얼굴을 문지를 때면 오후의 햇살과 할머니의 냄새가 났다.
장마철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낡은 세탁기는 매일매일 돌아갔고, 비가 오는 날이면 마루에 빨래 건조대가 펼쳐졌다. 지루한 장마가 계속되면 빨래에서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젖은 옷을 말리지 않고 두면 나는 그 냄새. 그러면 엄마는 빨래를 다시 돌렸다.
고등학교 시절, 집을 떠나 기숙사에 있을 때였다. 그 시절 빨래는 생존이었다. 땀에 찌든 옷을 세숫대야에 담고 세제를 풀어서 하루나 이틀, 혹은 며칠씩 묵혔다. 그리고 물에 헹궈서 방에서 말리면 그만. 옷에선 늘 냄새가 났고, 여름이면 곰팡이가 피기도 했었다. 이층 침대 여섯 개가 있는 방에 같이 살던 시커먼 녀석들 옷에서는 늘 냄새가 났고 누구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 시절, 진심으로 궁금했다. 어떻게 여자들의 옷에선 늘 향긋한 냄새가 나는 걸까? 내가 아무리 정성을 들여 빨고 햇볕에 말려도 내 옷에선 젖은 옷에서 나는 냄새가 났다.
결혼을 했고, 일주일에 한 번씩 최신식 세탁기를 돌렸다. 빨래에서는 향긋한 냄새가 났다. 빨래는 내 담당이 아니었으니까. 정말 신기한 일이었다. 어떻게 똑같은 옷을 똑같은 세제로 똑같은 세탁기에 돌렸는데 내가 하는 것과 아내가 하는 게 다른걸까? 그래서라고 하면 변명 같지만 나는 결혼생활을 하면서 빨래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 햇볕에 잘 마른 빨래를 갤 때나 도와주곤 했었다. 그렇지만, 그 빨래에서 예전에 맡았던 할머니의 손 냄새와 햇볕 냄새는 나지 않았다. 바삭거리지도 않았다.
작년 이맘때, 결혼한 친구 집에서 하루 묵은 적이 있었다. 친구의 아내가 집을 비웠고 나와 다른 친구, 그리고 집주인은 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안주인이 없는 집에서 잠을 잤다. 다음 날 아침, 술이 덜 깬 몸으로 샤워를 하고 수건을 집어들었을 때, 나는 잠깐 멈칫했다. 당연히 향기로운 냄새가 날 거라는 생각과 달리 수건에선 젖은 옷에서 나는 그 냄새가 났다. 친구 부부는 아이가 하나 있었고, 둘째를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그 무렵엔 심하게 다퉜다고 했던가. 수건으로 몸을 닦으면서 나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너희도 별거 없구나, 애 키우고 아옹다옹하며 사는 것도 별로 다르지 않구나 하는 생각에. 아내와 싸웠다고 밤새 울분을 토하는 친구를 보면서 배부른 소리 하고 있다고 했었는데, 수건에서 나는 냄새를 맡고 '결국 사는 건 다 똑같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작년 여름부터 내가 세탁기를 돌린다. 그리고 우리 집 수건에선 냄새가 난다. 새로 빨아서 입고 나선 옷에서도 그 냄새가 난다. 아무리 섬유유연제를 쏟아부어도 그 냄새는 사라지지 않는다. 지난주 비가 내리던 날, 나는 그 냄새가 나는 옷을 입고 당신을 만났다. 당신은 인상을 쓰며 빨래를 제대로 하라고 했다. 글쎄, 나라고 그러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니다. 늦은 밤 집에 들어가 샤워를 하고 수건으로 얼굴을 문지르면서 생각한다. 향기로운 냄새가 나는 수건으로 몸을 말리던 날들을.
그러니까 이건, 당신에 관한 이야기다.
올 기약이 없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을 든든하게 먹고 나섰지만 왠지모를 허전함이 밀려왔다.
내가 가야할 곳을 멀리 돌아가는 버스가 왔고 나는 잠깐 주저하다 버스에 올라탔다.
비가 내리는 아침.
복날이라고 손수 바리바리 싸오신 엄마표삼계탕!
올해 몸보신은 끄읕!
오늘 메뉴는 카례밥! 나는 저런 오타가 좋다. 꼭 엄마가 쓴 편지를 받는 기분이라서.
멀리서 볼 때는 꼭 '카례밥'이라고 보여서 사진을 찍었는데, '카레밥' 맞네.

DST 47.95 Km - RT 2:48:02 - AS 17.1 Km/H - MS 37.5 Km/H
오랜만에 탄 자전거.
이선생 만나서 편의점에서 저녁으로 맥주랑 주먹밥 먹고 여의도로.
돌아오는 길에 속도계가 3333.3km를 넘었다. 1년 동안 3,000Km를 넘게 달렸구나.
시간이 나를, 지나간다.
"급행열차를 타는 사람들은 내릴 때도 달라." 그녀가 말했다.
나는 일반열차를 타고 막 종착역에 내리고 있었다.
"그사람들은 내리기 전부터 발을 동동 굴러, 그러다 문이 열리면 마치 지옥에서 탈출하는 사람처럼 미친듯이 뛰쳐나가."
글쎄, 어쩌면 그녀는 정말로 지옥에 다녀왔는지도 모른다. 지옥에서 탈출하는 사람은 어떤 얼굴일까?
나는 졸다 깬 얼굴로 그녀의 말을 들었다. 그리고 주섬주섬 가방을 들고 승객들이 모두 빠져나간 열차에서 마지막 손님으로 내렸다. 내릴 때 열차의 기관사가 내 등뒤를 노려보고 있었다.
아침이었다. 지옥에서 탈출해서 다른 지옥으로 뛰어드는 시각.
나는 일반열차를 타고 막 종착역에 내리고 있었다.
"그사람들은 내리기 전부터 발을 동동 굴러, 그러다 문이 열리면 마치 지옥에서 탈출하는 사람처럼 미친듯이 뛰쳐나가."
글쎄, 어쩌면 그녀는 정말로 지옥에 다녀왔는지도 모른다. 지옥에서 탈출하는 사람은 어떤 얼굴일까?
나는 졸다 깬 얼굴로 그녀의 말을 들었다. 그리고 주섬주섬 가방을 들고 승객들이 모두 빠져나간 열차에서 마지막 손님으로 내렸다. 내릴 때 열차의 기관사가 내 등뒤를 노려보고 있었다.
아침이었다. 지옥에서 탈출해서 다른 지옥으로 뛰어드는 시각.
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 - ![]() 주노 디아스 지음, 권상미 옮김/문학동네 |
하지만 정말 좋았던 것은 동물적인 방아질이 아니라 둘 사이의 친밀한 조우였다고 썼다. 손가락으로 그녀의 머리를 빗어준다든지, 줄에 널린 그녀의 속옷을 걷거나 그녀가 알몸으로 화장실에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본다든지, 그녀가 예고 없이 그의 무릎에 살포시 앉아 목에 얼굴을 살며시 기댄다든지 하는 그런 친밀함. 그녀의 어린 시절 얘기를 듣거나, 그가 그때껏 숫총각이었다는 말을 그녀가 들어주는, 평생 짐작조차 할 수 없었던 커플만의 친밀함. 그는 그 순간을 그토록 오랫동안 기다려야 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썼다. (그 오랜 기다림을 다른 이름으로 부르자고 제안한 건 이본이었다. 뭐라고 부르지? 글쎄, '인생'이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그녀가 말했다.) 그는 이렇게 썼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말하는 게 바로 이런 거로군! 젠장! 이렇게 늦게야 알게 되다니. 이토록 아름다운 걸! 이 아름다움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