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는눈.하늘을
올려다보니하얀꽃
들이휘날리네.밤.
나는그대에게로가
는버스에서조그맣
게불러본다,사랑
아내그리운사람아
퇴근 길, 늦은 밤 눈이 내리고 있었다.
버스 창가에 기대서 밖을 바라보고 있자니 눈송이가 조금씩 녹아 사라지고 있었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떨어지는 하얀 눈송이들...
휴대폰을 꺼내서 메시지를 보냈다.
그리고 곧바로 답장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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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새벽 네시가 넘었다. 티비에선 '주홍글씨'가 나오고 있다. '주홍글씨'전엔 '언페이스풀'이 했고.
가끔 잠이 오지 않는 밤이면 예전에 내가 적었던 글들을 보곤 한다. 끄적거린 글들, 사진들, 돌아다닌 이야기들.
외롭다는 생각, 내가 그런 생각을 했었다는 걸 잊고 있었다. 그렇지만 지난 날들의 글을 보고 있으면 외로움이 묻어난다. 아마 그 시절에 그 글들을 본 사람이었다면 내가 어떤 마음이었는지 알고 있었겠지. 입으로는 아니라고, 아니라고 하면서도 컴퓨터 자판으로 외롭다고 찍어대고 있었으니까.
사진, 2000년 겨울부터 찍기 시작했다. 많이도 찍었고, 쉬는 날이면(그래봐야 그 시절엔 매일이 쉬는 날이었지만) 동네 산책이라도 나가서 사진을 찍곤 했다. 그 시절엔 지금처럼 사진 찍는 사람이 많진 않았다. 카메라를 들이대면 친구들은 화를 냈고, 거리에서 사진기를 꺼내는 데에도 용기가 필요했다. 지금이야 누구나 고가의 좋은 카메라를 아무렇지도 않게 메고 다니고, 어디서든 사진을 찍어대는 날들이지만.
재미있는 건, 그 시절에 사진 찍히기를 죽기보다도 더 싫어했던 친구가 지금은 디카를 사서 종종 사진을 찍곤 한다. 그리고 서로 힘들었던 시절에 같이 어울려다녔던 친구, 지금까지도 늘 곁에 있는 친구와도 많은 사진을 찍었다. 그 친구도 나도 서로의 카메라에 찍히는 걸 무척 부담스러워했는데 이제는 서로를 찍어주고, 때론 찍어달라고 부탁을 하기도 한다. 물론 내가 주로 그러는 편이지만.
여행과 영화는 어줍잖게 일을 한답시고 매주 한 군데, 매주 한 편 이상을 봤다. 먼 곳을 갈 때도 있었고, 도심의 작은 카페에서 혼자 차를 마시기도 했었다. 가끔은 친구와 함께 사진찍러 다녀오기도 했다. 기억에 남는 몇 군데, 갑사와 동학사를 다녀온 그 날이 생각난다. 집수리를 하던 때라 욕실에서 씻기가 곤란했던 기억과 함께 떠나기 전날 버스편을 알아보고 아침 일찍 나섰다. 시외버스를 타고 가서 땀을 뻘뻘 흘리면서 산을 넘었다. 아마도 봄이었을 테고, 산 길이며 법당 안이며 벚꽃이 난분분 난분분. 산을 넘어 갑사였는지 동학사였는지 절에서 약수를 마시고 있을 때쯤에 해가 뉘엿뉘엿지고 있었다. 마치 학창시절 수학여행을 갔던 날처럼 기분이 묘했다. 저녁에 술을 한 잔 했는지 안 했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한 번은 친구를 만나기 위해 양평에 갔었고, 감기에 걸린 몸으로 용문산을 넘고 시내까지 걸어나왔던 적도 있었다. 내가 감기에 걸렸던 건지, 아니면 같이 간 친구가 감기에 걸렸던 건지, 둘 다 감기에 걸렸던 건지는 이제 기억나질 않는다. 상원사 올라가는 길엔 연등이 매달려 있었다. 아마도 초파일 무렵이었을 테니까.
그렇게 매 주 여행을 다녔고, 여행을 가지 않는 날엔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었다. 남들이 보지 않는 영화들을 기를 쓰고 찾아다니면서 봤고, 도서관에서 한꺼번에 여러 권의 책을 빌리고, 헌책방을 돌아다니면서 가방이 불룩해질 때까지 책을 사곤 했었다. 좁은 방구석에 책을 쌓아두고 한참이 지나서야 꺼내 읽곤 했었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께스의 책을 몇 번이나 읽었고, 양귀자의 '희망'이었나(기억이 가물가물하다)는 읽을 때마다 마지막엔 눈물을 흘렸지만 읽고 나면 기억이 나질 않아서 세 번도 넘게 읽었다. 지금도 결말이 기억나진 않는다.
마르께스의 책들을 찾아서 읽었고, 거기서 가지를 쳐서 한동안 중남미 소설들을 읽었다. 잊을 만하면 윤대녕의 소설을 읽었고, 여름이 오면 하루키의 책을 꺼내들곤 했었다. 여기저기 기웃거리면서 좋다는 책들을 수첩에 적어두고 헌책방에서 찾기도 했고, 없는 돈에 책욕심을 부려 어마어마한 사진집을 사기도 했다. 지금도 엉망인 책꽂이 한 구석에 고이 모셔져있다.
어쩌다 개봉할 때 보지 못했던 '시월애'를 놀러간 친구집 거실에서 텔레비전으로 보고 감탄을 해서 두 번인가 세 번인가 다시 보고, 절판이 되어버린 사운드트랙을 구하려고 애쓴 기억도 있다. 한밤중에 심은하가 나오는 '미술관 옆 동물원'을 보고 심은하가 나오는 '인터뷰'를 보게 됐고, '순애보'를 봤다. 온통 커플들만 보고 있는 로맨틱코미디를 혼자서 보기도 했고, 크리스마스 무렵에 역시 로맨틱코미디를 친구와 보고 뻘쭘해서 나온 적도 있었다.
해가 바뀔 때마다 올해는 영화 백 편을 보고, 책 백 권을 읽어야지 하는 다짐을 하고 꼬박꼬박 몇 번째인지 기록을 하기도 했었다. 그리고 어떤 해에는 새해 다짐으로 하루에 사진 한 장씩 찍어보자는 다짐을 하기도 했었다.
그런 날들이 지났다. 그리고 지금은 잠들지 못하는 새벽에 불꺼진 거실에서 그런 시절들을 떠올리고 있다. 책도 읽고 영화도 보고 나들이도 가고 사진도 찍고 싶다. 늘 할 수 있는 일들인데 이런저런 것들에게 우선순위가 밀려있었다. 구월이 가고 나면, 아니 구월이 가기 전에 달라질 수 있을까? 달라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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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하하...쎈쓰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