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E-1을 들고 나갔다. 정확히 말하자면, 배낭에 쑤셔넣고 나갔다. 자전거를 타는데 걸리적거려서 그냥 대충 가방에 넣고 다녔다. 카메라를 함부로 다루는 게 아니라 그만큼 내구성에 대해서는 신뢰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가방에 넣고 자전거를 탔더니 정작 사진은 몇 장 찍지 못했다. 사실 사진을 찍으러 간 게 아니라 자전거를 타러 간 거니까 당연한 일이겠지만.
처음 용주사에 갔던 게 벌써 4년이 넘었다. 2004년 5월 초파일 오후에 연등이 가득인 절에 다녀온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때 찍었던 사진들은 모두 사라졌다. 오늘, 4년이 훨씬 지나서 조용한 오후의 절에 다녀왔다. 처음 갔을 땐 꽤 큰 절이고 시끌벅적했던 기억밖에 없는데 오늘은 그저 고즈넉한 절이었다. 햇살이 따가웠고, 나무들이 푸르렀다. 땀이 조금 흘렀고, 맘에 들지 않는 사진기로 몇 장의 사진을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