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전 드라마를 보면 언제나 등장하는 인물들은 서로 관련을 맺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아무런 연관이 없어 보이는 사람들도 알고 보면 어디서 한 번쯤은 만난 사람이거나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입니다. 사실, 현실을 둘러보면 드라마와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내가 알고 있는 사람들이란 거기서 거기고, 어쩌다 낯선 사람들을 만나더라도 결국 어떻게든 연관이 되어있기 마련입니다. ‘세상이 참 좁다’라는 말들을 그래서 하게 됩니다.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은 여러 사람들이 일주일 동안 겪은 사랑이야기입니다. 그들은 아무런 연관이 없어 보이지만 실은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어떤 식으로든 연결이 되어 있는 사람들입니다.
남편과 이혼한 당당한 여의사 유정은 텔레비전 토론 프로그램에서 무식해 보이는 마초 나형사와 설전을 벌입니다. 정말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사람이지만 묘하게 서로에게 끌리기 시작하고 어느새 두 사람은 가까운 사이가 됩니다.
어느 날, 유정이 일하는 병원에 예비수녀 수경이 입원하게 됩니다. 십대들의 우상인 가수 정훈을 향한 마음 때문에 자살기도를 한 그녀의 옆자리에 거짓말처럼 정훈이 입원하게 되고 수경은 정훈을 향해 다가갑니다.
왕년에 잘 나가던 농구선수 성원은 지금은 채무자들에게 빛을 독촉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한 때 사랑했던 사람이 자신을 배신한 이후로 사랑 같은 건 믿지 않는다는 그의 앞에 8살짜리 꼬마가 나타나 아빠라고 부릅니다. 병원에 입원해 있는 딸 진아를 위해 성원은 다시 농구코트에 설 결심을 합니다.
성원에게 빛 독촉을 받는 창후는 사랑하는 아내 선애가 임신을 한 사실을 알게 되지만 무능력한 자신의 처지가 답답하기만 할 따름입니다. 선애는 창후가 직장도 없이 지하철에서 물건을 팔고 있다는 걸 알고 창후가 모르게 김밥을 팔면서 둘의 사랑을 키워나갑니다.
한편, 낡은 극장을 운영하는 구두쇠 곽회장은 자신의 건물에 세 들어 있는 오여인을 좋아하지만 오여인 앞에선 아무 말도 하지 못합니다. 오여인 역시 곽회장이 자신을 좋아한다는 걸 알고는 있지만 모른 척 시치미를 뗍니다.
언뜻 보면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의 이야기 같지만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제각각 묘한 인연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서로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성원과 창후는 자신들도 모르게 중요한 순간에 마주치게 되고, 나형사와 창후 역시 중요한 순간에 스치듯 마주칩니다. 정훈과 유정 역시 자신들은 모르지만 의사와 환자 이상의 관련이 있다는 걸 관객들은 영화를 보면서 알게 됩니다. 다른 등장인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는 사람을 일곱 단계만 거치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아는 사람이 된다는 말처럼 영화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모두 묘한 인연으로 맺어진 사람들입니다.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은 영화가 만들어 질 때부터 한국판 <러브 액츄얼리>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물론 공식적인 홍보물에서는 그런 말을 볼 수 없지만 관객들은 이미 영화를 보러 가기 전부터 <러브 액츄얼리>를 떠올리게 됩니다. 여러 쌍의 주인공들이 등장하고 서로가 어떤 식으로든 연관이 있다는 점만으로도 이미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은 <러브 액츄얼리>를 떠올리게 만듭니다. 그렇지만 영화의 후반부는 마냥 가슴이 따뜻한 사랑이야기와는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빛 독촉에 시달리는 창후와 선애는 막다른 골목까지 내몰리게 되고, 유정과 그녀의 전남편 역시 시련에 빠집니다. 사랑이란 반드시 이루어지란 법이 있는 건 아니니까요.
그러나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은 여전히 달콤한 사랑이야기입니다. 사랑에 빠진 사람들이 일주일 동안 이런저런 일들을 겪지만 결국엔 모두 행복해 진다는 결말은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들이라도 쉽게 짐작할 수 있는 내용입니다. 관객들이 보고 싶은 것도 그런 달콤한 사랑이야기니까요.
사실 후반부의 이야기는 약간 어색했습니다. 룰루랄라 새콤달콤하던 사랑이야기가 어느샌가 묵직한 이야기로 바뀐 것도 그렇고, 영화의 템포가 조금은 느슨해진 것 같은 느낌(상황은 더 급박해졌지만 영화는 오히려 느려진 느낌이었습니다) 역시 지루한 감이 있었습니다.
게다가 유정의 전남편과 남자 가정부, 그리고 예전 친구에 관한 이야기 역시 하나의 커플로,
<러브 액츄얼리>의 경우로 보자면 직장 상사와 직원간의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으로 볼 수도 있을 텐데 홍보물이나 영화 홈페이지에서 조차도 찾아볼 수 없더군요.
씨네서울의 출연자 목록에는 천호진의 이름 조차 올라가 있지 않습니다. 짐작이지만 아마 영화사 홍보팀의 의도적인 계획이라고 생각됩니다. 마찬가지로 영화 전체의 분위기는 물론 달콤한 사랑이야기, 로맨틱 코미디가 맞지만 실제로 영화를 보고 난 후의 기분은 무조건 달콤하지만은 않은 게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홍보물이나 영화 홈페이지에 가보면 이건 완전히 달콤새콤, 반짝반짝, 귀엽고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이야기들밖에 없습니다. 아마도 홍보의 촛점을 새콤달콤한 로멘틱 코미디로 잡았으니까 그런 거겠지만 영화를 본 관객들은 어쩌면 '속았다'라는 생각을 할 지도 모르겠습니다.(물론 제 생각이고, 조금은 과장된 표현입니다.)
유정의 전남편 이야기는 사실 아무리 로맨틱 코미디라고 해도 아직은 쉽게 다루기에는 어려운 건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영화에서는 꽤 비중있게 다뤄놓고 홍보나 안내가 전혀 없다는 건 아쉽습니다.
영화 홈페이지에 가보면 각각의 커플에 대한 소개가 있지만 영화를 보고 난 후에 봐도 낯선 내용들입니다. 임창정 커플의 경우는 사랑만으로 살고 희망에 가득차 있다곤 하지만 영화에서 보여지는 모습은 그렇지 않습니다. 김수로 역시 물론, 중간중간 설명이 나오고 하지원과의 관계가 드러나지만 하지원이 김수로를 버리고 감독과 사랑에 빠졌다는 이야기는 영화 속 어디에도 나오지 않습니다. 어쩌면 세세한 내용들은 편집 과정에서 삭제됐고, 나중에 DVD가 나오게 되면 추가될지도 모르겠지만 이것 역시 조금은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예전에
<프리퀀시>라는 영화가 개봉할 무렵에 국내에선
<동감>과
<시월애>가 개봉을 했었습니다. 세 영화 모두 비슷한 컨셉의 영화였고 그래서 어느 영화가 손해를 보고 어느 영화가 이득을 봤는지는 모르겠지만 각각의 영화에 영향을 미친 건 사실입니다. 이번에 개봉한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역시, 한국판 <러브 액츄얼리>라는 소리를 들었고, 곧 개봉할
<새드무비>역시 비슷한 영화인 것 같습니다. 물론 <새드무비>는 광고 문구부터 '나는, 당신이, 슬프다'라고 슬픈 영화라는 걸 내새우고 있지만 영화의 분위기나 포맷은 <러브 액츄얼리>나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로 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순 없을 것 같습니다. <새드무비>가 개봉을 하고 영화를 보고 난 후에야 이런 이야기를 제대로 할 수 있겠지만 아무튼,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이나 <새드무비>나 괜찮은 영화였으면 좋겠습니다.
아, 생각해 보니 영화를 보진 않았지만 이런 경우는 꽤 있었던 것 같습니다.
<리베라 메>와
<싸이렌>이 그랬고,
<북경반점>과
<신장개업>도 비슷한 경우였던 것 같습니다.(물론, <북경반점>과 <신장개업>은 분위기가 다른 영화지만 일반 관객들에겐 비슷한 소재로 비슷하게 만든 영화라는 느낌을 주는 게 사실입니다. 마찬가지로 <동감>과 <시월애>역시 분위기가 조금은 다른 영화인 게 사실이지만 시간을 초월애 사랑을 나눈다는 설정 때문에 관객들은 비슷한 영화로 생각합니다. <프리퀀시>와 <동감>은 사랑의 대상이 다르긴 하지만 거의 비슷한 영화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무전기를 통해서 시간을 초월한다는 것까지 비슷했으니까요.)
뭐랄까, 사람들의 생각이란 것이 비슷비슷해서 내가 생각하는 걸 다른 사람 역시 생각하는 걸까요? 아니면 어디선가 비밀이 새나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