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흘린 눈물

from BOX/旅行 2004/11/25 23:15
당연한 일이지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질 않았더군요. 난 말이죠, 적어도 내가 사라지면 조금은 특별한 일이 벌어질 줄 알았거든요. 뭐랄까, 잘 돌아가던 톱니바퀴의 이빨이 하나 부러져버린 것처럼 말이죠. 하긴, 가만히 생각해보니 잘 돌아가는 톱니바퀴의 이빨이 아니었죠, 나는. 어차피 톱니와는 상관없이 혼자 굴러다니던 조각일 뿐이니까요.

아주 작고 낯선 시골마을의 장터에서 삼천 원짜리 선지국밥을 먹으면서 눈물을 한 방울 떨어뜨리는 동안도 사람들은 아마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겠죠? 첫눈을 기다렸는데 날씨가 너무 따뜻하다면서 투덜대고 있었을지도 모르죠. 아니면 누군가와 즐겁게 떠들면서 크림을 얹은 커피를 마시고 있었을지도. 가야라고 하던가요, 해인사를 찾아가는 길에 태워드린 할머니가 가시는 마을이었죠. 마침 장날이라 구경삼아 가시는 길이라고 하시며 막내딸이 마흔이 넘었는데 그 애가 학교 다닐 때는 그래도 버스가 좀 있었는데 이제는 하루에 세 번밖에 안 다닌다는 말씀을 하시더군요. 버스요금 이십 원, 학교등록금이 삼만 원 이었다면서. 가야에서 할머니를 내려드리고 삼십분쯤 더 올라갔더니 가야산국립공원이 나오더군요. 그리곤 해인사였죠.

이야기가 길어지겠군요. 그저 세상은 잘 돌아가고 있었다는 말을, 그래서 왠지 서운하다는 말만 하려고 했는데 말이죠. 자갈치 시장에서 먹었던 삼천 원짜리 정식과 가야에서 먹은 삼천 원짜리 선지국밥, 아마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 같아요. 또 다시 길을 떠나면 낯선 곳, 허름한 시골 거리에서 국밥을 먹으며 눈물을 떨구겠죠.

가슴이 먹먹하군요. 울고 싶어지는 밤입니다.
좋은 꿈을 꾸며 잠들어있을 당신이 못 견디게 보고 싶어집니다.
2004/11/25 23:15 2004/11/25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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