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애의 목적 (2005)
남자와 여자가 만나서 사랑에 빠지게 되면 호르몬이 분비된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그 호르몬의 유효기간이 삼 년이라고 했던가요? 삼 년이 지나면 더 이상 사랑의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 적이 있습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거렸겠죠. 그렇지만 그 유효기간이 삼 년이면 어떻고 삼 개월이면 어떤가요. 사랑이라는 게 뭐그리 대단한 거라고 말입니다. 그저 남자와 여자가 만나서 서로 맘에 들면 쿨하게 연애 한 번 하면 그만인데 말이죠. 쪼잔하게 빙빙 돌려가면서 말하지 않고, 내숭 떨지 않고 당당하게, 혹은 솔직하게 ‘당신이 좋으니까 우리 연애나 한 번 합시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아마 십중팔구 상대방에게 따귀를 맞을 게 뻔하지만 그래도 말 한마디 하지 못하거나 구걸하듯 조르는(뭘?) 것보다는 훨씬 괜찮아 보이지 않나요?
사랑과 연애는 과연 다른 걸까요? 사랑하니까 연애를 한다는 말은 그럴듯해 보이지만, 연애를 하니까 사랑한다는 말은 앞뒤가 안 맞는 것처럼 들립니다. 그렇다면 사랑의 목적은 뭘까요? 사랑에 목적이 있을 수 있을까요? 당신을 내 곁에 잡아두고 싶어서 사랑합니다, 당신과 함께 살기 위해 사랑합니다, 당신을 잊을 수 없어서 사랑합니다, 당신을 미워할 수 없어서 사랑합니다... 사랑의 목적이라니, 어디 감히 신성한 사랑에 목적 운운할 수 있냐고 화를 내는 사람도 있겠군요. 그럼, 연애의 목적은 뭘까요? 당신을 한 번 어떻게 해보기 위해서? 좀 더 솔직하게 말해서 당신과 한 번 자고 싶어서? 그렇다면 솔직히 따지고 보면 사랑의 목적도 비슷한 게 아닌가요? 당신과 헤어지기 싫고, 당신과 늘 함께 하고 싶고, 당신의 모든 것을 알고 싶어 하는 것, 결국엔 당신과 한 번 자고 싶어서 라는 말을 좀 더 멋있게 표현한 게 아니던가요?
아무튼, 여기 엉큼한 남자가 있습니다. 처음 본 여자에게 당신이 맘에 드니까 우리 같이 잡시다, 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정말 뻔뻔한 인간입니다. 초면에 그런 말을 들은 여자도 만만치 않습니다. 혹시 마약하세요, 라는 말은 약과, 자기랑 자려면 돈을 내야한다는군요. 남자라고 질 수 있나요, 그럼 당장 요 앞에 있는 여관에 가자고 손을 잡아끕니다. 막상막하, 난형난제군요. 이 남자 어떻게 하면 이 여자와 한 번 잘 수 있을까 호시탐탐 기회를 노립니다. 점심시간에 불러내서 할 이야기가 있다면서 여자를 모텔로 데려가질 않나, 여자 집 앞에서 죽치고 기다리다 열쇠를 뺏어서 허락도 없이 여자 집에 들어가질 않나. 여자라고 질 수 있나요, 뻔히 무슨 꿍꿍이인지 알면서도 남자를 따라 대낮에 모텔에 가질 않나, 무작정 쳐들어온 남자 옆에 못이기는 척 눕질 않나, 술에 취한 남자를 끌고 여관에 가질 않나... 정말 대단한 커플입니다.
그렇지만 쿨하게 연애만 하자던 이 남자와 여자도 결국 연애로 끝나진 않습니다. 그냥 한 번 자면 끝날 줄 알았는데, 서로 좋은 감정으로 연애만 하고 결혼은 안정적인 사람과 하면 될 줄 알았는데, 남자와 여자 모두 자신들이 했던 일들이 단순한 불장난이 아니란 걸 알게 됩니다. 하긴, 연애나 사랑이나 뭐 별다른 게 있나요. 둘이 만나서 좋으면 손잡는 거고, 손잡고 다니다보면 입맞춤하고 싶어지고, 입맞춤 한 번 하게 되면 어떻게 한 번 같이 자고 싶어 하는 게 사람의 심리니까요. 연애가 어떻고, 사랑이 어떻고 하는 말들은 전부 쓰레기통에 던져버리는 게 나을지도 모릅니다. 게다가 연애의 목적, 사랑의 목적이라니요? 어차피 결말은 해피엔딩이거나 17층에서 떨어져 죽어버리거나 둘 중의 하나일 테니까요.
단, 무작정 따라하면 따귀를 맞거나 잡혀갈 건 뻔한 이치입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영화는 단지 영화일 뿐이니까요. 그래도 한 번 슬쩍, ‘우리 같이 잘래요?’라고 찝적대보고 싶어지는 건 왜일까요? 받아줄 사람만 있다면 말입니다. 어차피 사랑이란 것도 삼 년, 아니 어쩌면 삼 개월이면 끝나버릴 텐데 말입니다. 애당초 연애나 사랑에 목적 따위가 있었을 리가 만무하니까요.
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