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어러브

from BOX/映畵 2010/01/27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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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하게 되면 정말로 모든 것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요? 사랑은 국경도 초월하고 인종도 초월한다는데 정말 그럴까요? 여기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하는 두 남녀가 있습니다. 서로에게 처음으로 찾아온 사랑이라는 감정 앞에서 그 둘은 조심스레 새로운 사랑을 키워나갑니다. 다만, 둘의 나이차이가 조금 난다는 게 남들과 다르지만 말입니다.

노총각, 이라고 하기엔 나이가 좀 많은 형만은 평생토록 작은 수리점에서 카메라를 고치며 살아갑니다. 그동안 모아뒀던 전재산은 절친한 친구에게 사기를 당해 형님 집에 얹혀살다 지금은 수리점에서 먹고 자는 신세입니다. 형만의 돈을 떼어먹은 친구는 생의 마지막 순간에 다시 형만을 찾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딸을 부탁한다고, 그저 잘 지내는지 하루에 한번씩만 찾아봐달라는 부탁을 남기고 죽습니다. 죽은 친구의 집을 찾아간 형만을 맞이한 건 스물다섯 살의 남은입니다. 뱃속에서부터 도망 다니는 일에 이골이 나서 조금은 불안해 보이는, 그래서 아빠가 죽은 것보다 고양이가 죽은 게 더 슬프다는 남은을 보면서 형만은 가끔 찾아와 그녀를 돌봐주기로 합니다.

사랑이 찾아오던 순간을 기억하십니까? 이제 저 사람을 사랑해야겠다, 라고 다짐을 하면서 시작하던가요? 아니면 그 사람이 절실하게 그립던가요? 아니, 사랑은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게 곁에 다가와 마음을 두드리지 않던가요? 그저 작은 작업실이 자신의 전부인 연애 한번 못해봤던 형만에게 ‘친구 딸’인 남은이 어느 순간 사랑으로 다가옵니다. 남은에게 형만은 자신이 가지지 못한 무언가를 지닌 멋진 사람입니다. 남은은 기계치인 자신과는 다르게 고장 난 기계는 무엇이든 척척 고쳐내는 형만을 동경의 눈길로 바라봅니다. 그들의 사랑은 여느 커플들과 다르지 않습니다. 서로가 다른 모습에 끌리고, 자신에게 없는 무언가가 빛나 보입니다. 그리고 사랑에 빠져 달콤한 시간을 나누게 됩니다. 다만, 그저 나이차이가 좀 날 뿐입니다.

그렇지만, 정말로 형만과 남은에게 사랑의 장애물은 나이였을까요? 친구 딸을 사랑하는 파렴치한 나쁜 놈이어서 그들의 사랑이 이루어질 수 없는 걸까요? 사랑은 국경도 초월하고 시간과 공간도 초월한다는데 그까짓 나이 때문에?
영화 ‘페어러브’는 나이든 남자와 젊은 여자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한 남자와 한 여자의 사랑이야기입니다. 쉰 살이 넘었지만 형만은 아직까지 여자 손 한번 잡아본 적이 없는 총각이고 남은도 역시 누구와도 사랑해보지 못한 아가씨일 뿐입니다. 그들에게 나이는 별로 중요한 게 아닙니다. 그저 아저씨가 신기해 보이고, 아저씨의 빨래를 해주고 싶을 뿐이고, 아저씨라고 불리는 것보다 오빠라고 불리고 싶을 따름입니다.
처음엔 미친놈이라고 말리던 친구들과 주변사람들도 두 사람의 사랑을 이해합니다. 예쁘기만 하다면 외계인과도 결혼할 수 있다는 세상인데 그까짓 나이 차이가 뭐가 대수겠습니까.

둘의 사랑이 삐걱거리는 건 겉으로 보이는 나이차이나 시선 때문이 아니라 결국 둘의 문제 때문입니다. 처음엔 신기하게 보였던 상대방의 모습이 조금씩 익숙해지고 시간이 지나면서 답답해지게 되니까요. 그 신기함 때문에 서로에게 끌렸었지만 이제는 참을 수 없게 되면서부터 사랑에 금이 가기 시작합니다. 형만과 남은에게도 이런 사랑의 속성은 여지없이 적용됩니다.

형만은 남은에게 묻습니다. ‘내가 뭘 어떻게 하면 되겠느냐’고, 그리고 자신이 어떻게 하면 되는지 구체적으로 말해주면 그대로 하겠다고 말입니다. 그렇지만 남은은 형만이 ‘어떻게’ 해주기를 바란 게 아닙니다. ‘어떻게’하면 되는지 알 수만 있다면 세상의 그 누구도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일은 없지 않을까요? 어쩌면 모든 사랑은 그 ‘어떻게’를 찾아가는 과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페어러브’는 나이차이가 나는 커플의 사랑이야기가 아닙니다. 친구의 딸을 사랑하는 아저씨, 혹은 아빠의 친구를 사랑하는 젊은 여자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사랑을 시작한 두 사람’의 이야기일 뿐입니다. 서로에게 끌리고, 서로를 받아들이고, 조금씩 멀어지는 그런 아주 평범한 사랑 말입니다.

영화를 본지가 꽤 지났지만 지금도 마지막 장면이 눈에 선합니다. 두사람은 병상에 누워있는 형만을 찾아온 남은이 나지막하게 읇조리는 것처럼 될 수 있을까요? 부디 그렇게 되길 바라는 건 욕심일까요? 형만은 자신이 ‘어떻게’하면 되는지를 깨달았을까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는 밤입니다.


영화의 예고편은 재밌는 로맨틱 코미디의 느낌입니다. 실제 영화의 전반부도 그런 느낌입니다.

그렇지만 영화의 전반적인 느낌은 이 뮤직비디오의 느낌과 더 가깝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음악이 너무 좋았습니다.


 

장면들.

2010/01/27 01:00 2010/01/27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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